디지털 자산 시대, ‘상속 대상’의 개념이 달라졌다
전통적인 상속 자산이라고 하면 보통 부동산, 예금통장, 현금, 차량, 주식 등이 대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일상화된 모바일 금융서비스, 가상자산, 온라인 결제 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 역시 상속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이 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이란 온라인 공간에서 생성·저장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는 모바일 뱅킹 계좌, 간편결제 플랫폼(예: 카카오페이, 토스머니), 인터넷 전자지갑, 코인거래소의 가상자산, P2P투자 계정 등이 포함됩니다. 이 밖에도 게임 머니, NFT, 클라우드 저장된 저작권 콘텐츠, 심지어 SNS 계정의 광고 수익도 일부에서는 디지털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자산이 전통적인 은행이나 공공 시스템에 비해 고인 사망 이후 발견되기 어렵고, 접근도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상속인이 별도로 정보를 모으지 않으면 숨겨진 채 장기간 방치되거나, 영구 소멸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특히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종이 통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 그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영향으로 생전에 고인의 명의나 비밀번호를 공유받지 않았다면 조회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 결과,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되거나, 일부 상속인만 알고 처분하는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 흔적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반드시 사망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자산 존재 유무 확인과 접근 가능성 확보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바일 계좌·간편결제 자산, 어떻게 상속 처리하나?
사망자의 모바일 뱅킹 계좌나 간편결제 잔액 역시 상속 대상에 해당합니다. 예컨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개설한 계좌, 토스머니·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에 저장된 예치금이나 송금 내역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들 계좌는 종이 통장이나 실물 카드가 없어 가족이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FINE)을 통한 '내계좌 한눈에' 서비스를 통해 사망자의 금융계좌 조회가 가능해졌습니다. 상속인은 사망자의 사망신고서, 가족관계증명서, 본인 신분증 등을 갖추고 금융기관에 직접 문의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잔액 유무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 수단은 그 특성상 일정액 이하일 경우 미청구 소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망 사실을 확인한 즉시 잔액 환불 신청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플랫폼에서는 “상속인 환불 신청”이라는 절차가 있으며, 통상 아래와 같은 서류가 필요합니다:
- 사망자의 기본증명서(사망 기재 포함)
- 상속인 전원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신분증
- 상속인 대표 1인의 위임장 및 인감증명서
- 상속재산분할협의서 또는 사실관계 확인서
- 잔액 반환 요청서(플랫폼 양식)
특히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은 고객센터에 문의 후 전자문서 형태로 접수를 받아주기도 하며, 절차가 완료되면 환불금을 상속인 대표 계좌로 이체해주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모바일 계좌 상속 절차는 점점 정비되고 있는 추세이나, 플랫폼별로 요청 서류나 처리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고객센터에 1:1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상자산(코인·NFT 등) 상속, 절차는 복잡하지만 가능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과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역시 재산적 가치가 명확히 인정되면서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상속재산으로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인의 특성상 익명성, 비가역성, 접근 제한 등의 문제로 인해 실제 상속은 매우 어렵고, 실무상 처리 사례도 적습니다. 실제 계정(거래소 계정 또는 개인 지갑)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면 재산 자체를 상속할 수 없으며, 심지어 인지하더라도 상속인이 비밀번호, OTP, 2차 인증 수단을 모르면 접근조차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가상자산을 거래소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경우(예: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는 다음과 같은 서류와 절차가 필요합니다:
- 사망자의 기본증명서 및 가족관계증명서
- 상속인 전원 확인서류(인감증명서 포함)
- 상속재산분할협의서 또는 상속포기 확인서
- 거래소 제공 양식에 따른 상속 신청서
- 법적 상속인의 위임장 및 신분증 사본
- 수수료 납부 동의서 및 환급 계좌 정보
거래소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상속인 단독 조회나 일부 상속인의 일방적 청구를 허용하지 않으며, 상속인 전원의 동의 및 법률관계 서류가 완비되어야만 처리에 착수합니다. 계정이 실명인증된 것이 아닌 경우, 자금세탁방지법(AML) 기준에 따라 상속 자체가 거부되기도 하므로, 생전에 거래내역 캡처나 자산 보유내역을 가족에게 공유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책입니다. 만약 사망자의 가상자산이 거래소가 아닌 개인 지갑(메타마스크, 콜드월렛 등)에 보관되어 있다면, 개인 키나 복구 구문(seed phrase)을 알지 못하면 사실상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 경우 상속은 ‘법적 권리로서 존재하되 실현은 불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디지털 상속을 둘러싼 현실적 한계와 대응 전략
디지털 자산은 전통 자산과 달리 물리적 흔적이 없고,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립된 재산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접근 권한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자산이 존재하더라도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곧 “존재는 하지만 상속받을 수 없는 자산”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며, 법적으로도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별도의 상속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각 서비스 약관이나 회사 내부 정책에 따라 처리되기 때문에 상속인 입장에서는 플랫폼별 절차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상속인은 사망자 사망 직후부터 모든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 흔적을 수집해야 하며, 스마트폰 잠금 해제, 이메일 접속 기록, 통신요금 내역 등을 통해 간접적인 단서라도 확보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경찰서 협조 하에 기기 복구나 접근 시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한 향후 디지털 상속을 대비해, 생전 본인의 주요 계정 목록, ID, 힌트, OTP 장치 등을 안전한 방식으로 가족에게 공유하거나, 디지털 자산 관리 전문 플랫폼(디지털 유언장, 패스워드 매니저 등)을 활용해 유산 정보를 남겨두는 것도 유효한 방안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자산이 ‘소액’이라고 여겨져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포인트, 거래소 내 코인, 간편결제 충전금, 잊고 있던 P2P 예치금까지 합치면 수십~수백만 원의 상속 가치가 될 수 있고, 가족 간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으므로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디지털 자산은 보이지 않지만 실체가 있는 재산이며, 상속의 새로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 속에서 디지털 상속의 실무 절차를 미리 숙지하고, 필요 서류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응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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