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문제가 아니다”에서 시작되는 가족 갈등
상속을 둘러싼 갈등은 많은 사람들이 “돈 많은 집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상속 관련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 중 하나는 유산이 ‘애매하게 적은’ 경우다. 예를 들어 남긴 재산이 2,000만 원~5,000만 원 사이의 예금이라든가, 시골의 작은 토지, 월세 10만 원짜리 원룸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산이 법적으로는 명백한 상속 대상임에도, 가족 내부의 신뢰 붕괴나 감정적 대립이 얽히면 그 규모와 무관하게 재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유족들이 “금액이 작으니 협의로 마무리하자”, “변호사까지 쓸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상속인 중 한 명이 협의에 응하지 않거나, 생전 고인의 생활비를 누가 더 댔는지, 형제 간 연락이 끊겨 있는지 등의 사유로 갈등이 발생한다. 이 경우 아무리 금액이 작아도 결국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 대표적인 절차가 바로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다. 즉, 법원이 강제로 상속 재산의 분할을 결정해주는 제도다. 이는 금액에 상관없이 상속인 사이의 분쟁이 존재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개시될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심판 청구가 시작되면, 일반 협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서류, 정서적 소모를 동반한다.
사례: “단 500만 원이었지만 결국 재판까지 갔습니다”
한 사례를 살펴보자. C씨는 부친의 사망 후 남겨진 유산 중에서 500만 원의 적금 통장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친의 자녀는 C씨를 포함한 형제 셋. C씨는 셋이 법정상속분(1/3)대로 인출해 나누자고 제안했지만, 둘째 형이 “생전에 아버지를 내가 돌봤으니 전액을 내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의가 결렬됐다. 처음에는 그저 감정싸움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결국 C씨는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그는 "금액이 작다고 해서 갈등이 작아지는 건 아니다. 형제 간 갈등이 도저히 해결되지 않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고인이 남긴 유산이 단순한 통장 잔액 1,200만 원뿐이었지만, 상속인 중 한 명이 연락두절인 상태로 1년 넘게 소재 파악이 되지 않던 경우다. 이처럼 ‘유족 중 한 명이 협의에 참여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이 경우 유족들은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법원에 심판을 청구하고, 연락두절된 상속인을 상대로 심판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핵심은 ‘돈의 크기가 갈등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소액일수록 유족들이 변호사 선임을 망설이고, 감정적으로 접근하다가 일이 더 꼬이는 경우가 많다.
법원이 개입하는 기준: 협의 실패가 핵심, 금액은 무관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얼마 이상’의 유산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유산의 크기와 무관하게, 상속인들 간의 자발적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누구든지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1013조에 따라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의 협의에 의해 분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일부 상속인이 참여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법원이 심판을 통해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에는 법정상속분, 기여도, 생전 증여 여부, 상속인의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것이 ‘협의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객관적 정황’이다. 예를 들어, 협의문서에 서명하지 않거나, 가족 간 연락을 일절 받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특정 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즉, "작은 돈이니 재판까지 가지는 않겠지"라고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상속인 간의 단절, 감정적 대립, 불균형한 정보 공유 등으로 인해 협의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심판은 정당하고 유효한 절차다. 실제로 법원은 수백만 원의 예금 분할심판도 수리한 사례가 다수 있으며, 심지어 공동명의로 된 장례비 반환금 같은 ‘일시적 현금’도 분할 대상이 된다.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시 준비할 서류와 실질적 팁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서류가 필요하다. 첫째는 청구서로, 상속인 간 협의가 실패했거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략히 서술하고, 분할을 요청하는 취지를 담는다. 두 번째는 상속관계를 증명하는 서류, 즉 가족관계증명서, 제적등본, 기본증명서 등이다. 세 번째는 재산 목록 및 관련 증빙자료로, 예금잔액증명서, 부동산 등기부등본, 보험금 내역, 생전 증여내역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외에도 특정 상속인의 기여도나 유류분을 주장하려면 별도 입증자료가 필요하며, 가사소송법상 관할 가정법원에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팁이 도움이 된다. 첫째, 심판 전에 ‘내용증명’이나 ‘공문 방식의 협의 제안’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이는 협의 시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이며, 향후 법원에서 ‘협의가 무산되었음을 입증’하는 유효한 근거가 된다. 둘째, 소송을 최소화하고자 할 경우 조정절차를 먼저 신청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법원은 조정을 통해 상속인 간 협의를 재차 유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유산이 작더라도 상속인 중 일부가 고인의 생전 재산을 사용하거나 특정 재산을 은닉한 정황이 있는 경우, 이를 정확히 정리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감정적인 주장보다, 통장 거래내역, 증여계약서, 지출 명세 등 객관적 자료가 훨씬 강력한 증거가 된다.
결론적으로, 소액 유산이라도 가족 간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정당하고 필요한 절차다. 단지 ‘돈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분쟁을 묻어두거나 방치할 경우, 시간이 흐른 뒤 오히려 더 큰 갈등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작을 때, 빠르게 법적으로 매듭을 짓는 것이 더 합리적인 상속 관리 방식일 수 있다.
'소규모 유산 상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액 상속 재산이 보험금뿐일 때 신고와 세금 처리 요령 (0) | 2025.07.11 |
---|---|
소규모 유산 상속, 해외 거주 상속인이 있을 때 처리 절차와 유의점 (0) | 2025.07.11 |
소규모 상속 시 친권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역할 정리 (0) | 2025.07.10 |
미성년 상속인이 있는 경우, 소액 유산도 후견인이 필요한가? (0) | 2025.07.09 |
사망자의 모바일·온라인 계좌 재산도 소규모 상속 대상일까? (0) | 2025.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