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의 시대, 상속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한 가족이 사망한 뒤 남은 유산을 정리할 때, 과거에는 주로 부동산, 예금, 보험금, 자동차, 귀금속 등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유산의 구성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바로 ‘디지털 금융 자산’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토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계좌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 실제로 50대 이상의 사용자들조차 이제는 온라인으로 예적금을 가입하고, 이체나 투자까지 손쉽게 처리한다. 이로 인해 사망자의 온라인 계좌를 상속받는 문제가 점점 현실적인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문제는 해당 계좌의 존재를 유족이 모를 수 있다는 점, 혹은 잔액이 수십만 원, 수백만 원 정도로 소액이라 복잡한 절차를 감당하기 꺼려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소규모 상속’ 제도다. 이는 사망자의 금융재산이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법원의 절차 없이 비교적 간단한 서류로 계좌를 정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많은 인터넷은행이 이 제도를 반영하고 있으나, 실제로 토스나 카카오뱅크 같은 비대면 은행에서는 오히려 상속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 유족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은행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처리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 유족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애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액이라도 상속받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현실적인 기준
우선 법적으로 말하는 ‘소규모 상속’의 기준은 금융기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000만 원 이하의 예금 또는 금융재산을 의미한다. 이 한도 내에서는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와 기본적인 가족관계증명서만 갖추면, 복잡한 협의분할 절차나 법원의 검인을 거치지 않고도 상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소액’ 기준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간단한 절차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모든 상속인의 인감 날인과 신분증 사본을 수집해야 한다. 연락이 끊긴 가족이 있거나, 해외 거주자가 있을 경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각 은행에서는 고유의 절차와 내부 심사 기준을 두고 있어, 잔액이 작더라도 서류가 미비하거나 일부 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반려되거나 보완 요청을 받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많은 유족들이 놓치는 부분은, 디지털 계좌는 유서나 사망 신고만으로는 자동 해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유족이 계좌의 존재를 알고, 해당 은행에 직접 문의해 정식 상속 신청을 해야만 절차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토스나 카카오뱅크 같은 비대면 중심 은행은 별도의 상속 창구가 없거나, 고객센터를 통한 신청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유족들에게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유족 입장에서 “소액이라도 확실히 챙기고 싶다”면 은행별 프로세스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전 사례: “25만 원이지만, 상속은 쉽지 않았다”
실제 사례를 통해 디지털 상속의 현실을 살펴보자. A씨는 몇 개월 전 부친의 사망 이후, 토스 앱을 통해 아버지 명의의 계좌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잔액은 25만 원 남짓. 소액이라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유족 간 정산을 명확히 하자는 차원에서 상속을 진행하기로 했다. 토스 고객센터를 통해 절차를 문의한 A씨는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상속인 전원의 인감동의서 등을 준비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문제는 상속인 중 연락이 두절된 삼촌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의 서류를 구하는 데 3주 이상이 걸렸고, 그 사이 토스 측에서는 추가적인 서류 보완 요청이 들어왔다. A씨는 “금액이 작다고 해서 상속 절차가 간단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 B씨는 카카오뱅크에 남겨진 부친의 잔액 약 80만 원을 상속받으려 했다. 처음에는 앱에서 상속 메뉴를 찾을 수 없어 당황했고, 결국 고객센터에 전화해 절차를 안내받아야 했다. B씨는 필요한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했고, 접수 후 약 10일 뒤에야 상속 승인이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뱅크는 토스보다 설명은 친절했지만, 오히려 비대면 은행이라 즉석에서 대응이 안 되는 점이 불편했다”고 했다.
두 사례 모두 보여주는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 자산이라도 계좌는 유산이고, 상속에는 분명한 절차와 시간이 든다. 그리고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서류 요건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토스와 카카오뱅크 상속, 비슷해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점
두 인터넷은행은 모두 소규모 상속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실제 진행 방식에서는 유의할 점들이 존재한다. 먼저 토스의 경우, 앱 내 고객센터를 통해 상속 관련 상담이 가능하며, 이후 필요한 서류를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다. 전체 프로세스는 디지털 친화적이지만, 모든 절차를 스스로 챙겨야 하는 구조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처리 기간은 평균적으로 10~15영업일 정도 소요된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보다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신청하는 기능은 없고, 고객센터를 통해 전화로 안내를 받거나 별도 상속 담당 부서로 우편을 보내야 한다. 절차는 토스보다 덜 디지털화되어 있지만, 상담이 보다 상세하고 응답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류 검토가 신속한 경우에는 7~10영업일 이내에 상속이 완료되기도 한다.
공통적으로 두 은행 모두 ▲사망자의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상속인 전원 동의서, ▲신분증 사본 등의 서류를 요구하며, 상황에 따라 인감증명서나 위임장 등을 추가로 요청하기도 한다. 따라서 유족 입장에서는 서류를 정확히 준비하고, 은행별 안내 페이지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사전 확인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여러 금융기관에 계좌가 흩어져 있을 경우, 금융감독원의 ‘내 계좌 한눈에’ 서비스를 활용해 전체 자산을 한 번에 조회하고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결론적으로, 사망자의 모바일·온라인 계좌도 엄연한 유산이며 소규모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속 절차는 단순히 ‘소액’이라고 해서 간소화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별 절차를 정확히 따르는 것이 핵심이다. 잔액의 크기와 관계없이, 유족의 법적 권리로서 디지털 금융자산을 챙길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미리 숙지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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