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상속 시 친권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역할 정리
‘소규모 상속’이라고 간단할까? 미성년 상속인의 존재가 변수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행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유족의 구조에 따라 천차만별로 복잡해진다. 특히 상속인 중 미성년자가 포함되어 있을 때는 상황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이는 유산의 규모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법적 절차상의 부담이며, 소위 ‘소규모 상속’이라고 불리는 예금 1,000만 원 이하의 소액 유산 정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작은 돈이니 간단하게 끝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미성년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친권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역할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속과 같은 법률행위에서도 반드시 대리인 또는 보호자의 개입이 요구된다. 민법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법정대리인 제도’를 두고 있는데, 보통은 부모 중 생존자가 미성년 자녀의 법정대리인(친권자)으로서 행위를 대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 대리 행위에도 제한이 따른다. 특히 상속 과정에서 미성년자의 권익과 생존한 부모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단순한 친권 행사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때에 따라 법원이 개입해야 한다. 결국 소규모 상속이라도 미성년 상속인의 존재 자체가 절차를 중대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의 형태에 따른 상속 절차 분기: 세 가지 주요 케이스
상속인은 법적으로 고인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이 된다. 문제는 그 구성원이 모두 성인인지, 아니면 미성년자가 포함되어 있는지, 혹은 배우자가 생존해 있는지에 따라 절차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첫 번째 케이스는 미성년 자녀가 있고 생존 배우자(부모)도 존재하는 경우다. 이 경우 배우자가 친권자 및 법정대리인으로서 자녀를 대신해 상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 재산을 협의분할하거나 특정 상속인이 일방적으로 인출하려는 경우, 이해상충 우려로 인해 가정법원의 허가 또는 특별대리인 선임이 요구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미성년 자녀만 상속인으로 남은 경우, 즉 부모 모두가 사망했거나 배우자도 사망한 경우다. 이 경우 친권자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법원에 후견인을 선임하고, 그 후견인이 상속 절차를 대리해야 한다. 단순한 예금 인출이라도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의 동의 또는 직접 행위가 필요하다. 이때는 후견인의 후보자로 조부모, 삼촌, 이모 등이 올라갈 수 있으며, 가정법원의 심사를 거쳐야만 유효한 상속행위가 가능해진다.
세 번째는 성인 상속인과 미성년 상속인이 혼재된 경우다. 예를 들어 고인의 자녀 중 한 명은 성인이지만, 다른 자녀는 아직 미성년자일 때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도 미성년자의 지분에 대해서는 법정대리인 또는 후견인이 개입해야 하며, 성인 상속인이 대신 서류를 작성하거나 임의로 재산을 이전하면 법적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 특히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도 미성년자 몫에 대해 법정대리인의 친권자 동의서나 인감증명서 등 확실한 증빙자료를 요구한다.
친권자와 법정대리인의 실질적인 역할과 책임
소규모 상속이든, 고액 유산이든 간에 친권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핵심 역할은 '대리와 보호'다. 특히 미성년 상속인의 권리가 무시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장된 상속지분을 정확히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 본질적 기능이다. 실제 절차에서는 친권자가 ▲가족관계증명서 ▲상속재산 내역 ▲기본증명서 ▲친권자 동의서 등을 작성해 제출하며, 필요시 협의분할 동의서에도 미성년자를 대신해 서명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대리 행위가 자칫 친권자의 임의적 처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다. 예를 들어 친권자가 미성년 자녀의 지분까지 포함해 전체 예금을 인출하고 본인의 몫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행위는 법적으로 미성년자의 재산 침해로 간주될 수 있으며, 성년이 된 이후 자녀가 소송을 제기할 여지도 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단순한 친권자 서류만으로는 상속 처리를 허용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가정법원 허가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되더라도 무조건 모든 법률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924조에 따르면, 법정대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예: 부동산 매매, 유산 협의분할 등)에는 반드시 가정법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친권자라 하더라도 법원 절차 없이 모든 상속 관련 처리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법정대리인 또는 친권자의 역할은 ‘대행’이 아니라 ‘법적 보호자’라는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절차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팁과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
복잡한 법적 절차를 줄이고자 하는 유족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상속 전에 법정상속 비율 그대로 각자의 몫을 따로 신청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협의분할 없이 법률상 지분에 따라 개별적으로 유산을 수령하는 것으로, 미성년 상속인의 경우에도 친권자의 동의만으로 가능할 수 있다. 이때는 친권자가 은행 측에 자녀 명의의 통장을 개설한 후, 해당 지분만큼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상속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금융기관 내부 방침에 따라 추가 서류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사전 상담은 필수다.
또 다른 방법은 ‘소규모 상속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1,000만 원 이하의 금융재산에 대해 별도의 협의분할이나 법원 문서 없이, 간단한 상속인 확인 서류와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만으로 처리하는 절차를 제공한다. 특히 미성년자의 상속 지분이 크지 않을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와 인감증명서, 친권자 동의서만으로도 인출이 가능한 사례도 존재한다.
다만 이 역시 금융사마다 해석과 적용 방식이 다르므로, 미리 은행 고객센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언장을 통해 미성년 자녀의 상속분을 명확히 지정하거나, 신탁 제도를 이용해 특정 시점까지 보호 관리하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이는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혼란 없이 자신의 상속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며, 유족의 절차적 부담도 줄여준다.
상속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일이기에, 가족 구성원 중 미성년자가 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법적 대리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사전 준비를 해두는 것이 유일한 정답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