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상속 후 1년 뒤 나타난 빚, 취소할 수 있을까?
“끝난 줄 알았는데…” 1년 뒤 날아온 채권서류의 공포
가족이 사망하고 상속 절차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나서 채권추심서가 집으로 날아온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미 상속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왜 이제 와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채무를 저에게 갚으라고 하는 걸까?”
실제로 많은 분들이 소규모 상속을 마무리한 후에도 예상치 못한 채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특히 상속인이 여러 명이거나, 상속 규모가 작아 절차를 간단히 마무리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문제는 상속의 법적 원칙에 따라, 상속인은 상속 개시와 동시에 피상속인의 재산뿐 아니라 채무까지도 함께 승계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법원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기한 내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거나, 채무 존재를 몰랐던 경우 모든 채무를 상속인이 개인 재산으로 변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추완한정승인 신고’**입니다.
하지만 추완신고는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해진 요건과 예외 사유를 충족해야만 법원에서 인용됩니다. 특히 채무가 사망 직후가 아닌 ‘나중에 뒤늦게 발견된 채무’인 경우, 그 발견 시점부터 계산하여 대응 가능성이 열릴 수 있습니다.
다음 문단부터는 법적 원칙과 실제 추완신고 인정 요건, 판례들을 바탕으로 상속 절차가 끝난 줄 알았던 상황에서 다시 채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정승인, 기한 안 지키면 자동으로 채무 상속?
상속 개시 후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민법상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즉, 상속인이 채무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모든 채무를 자신의 재산으로 갚아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 '숙려기간' 3개월은 민법 제1019조에 명시되어 있으며, 상속개시일(즉, 피상속인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이미 상속 포기했어요’ 또는 ‘그냥 아무것도 안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빚까지 떠안은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망 직후에는 상속재산과 채무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특히 소액 상속이라 상속포기까지는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1년이 지나서 갑자기 과거의 채무가 발견되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숨겨진 카드론, 오래된 보증채무, 채무자 명의로 등록된 오래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이 뒤늦게 발견되는 것이죠.
이때 쓸 수 있는 제도가 **‘추완한정승인’**인데, 이는 민법 제1023조에 근거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법원이 한정승인을 예외적으로 받아주는 제도입니다. 다만 이 추완신고는 아무 이유로나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상속인이 과실 없이 상속채무의 존재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며,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즉, 사망일로부터 3개월을 넘겼더라도, 채무를 몰랐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으며, 알게 된 지 3개월 이내라면 한정승인을 다시 신청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추완한정승인, 어떤 경우에 인정될까? 판례로 본 실제 기준
법원이 추완한정승인을 받아주는 경우는 제한적이지만 존재합니다.
실제로 2014나20968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안에서 추완신고가 인정됐습니다. “망인의 채무가 숨겨진 채 존재했으며, 피상속인이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그 채무를 인지할 수 없었고, 해당 채무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내 법원에 신고한 경우, 추완한정승인은 허용될 수 있다.”
또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2469 판결에서도, “상속인이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상속인의 채무를 알지 못했고, 채무가 뒤늦게 발견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한정승인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단순히 “몰랐어요”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상 확인이 어려웠고, 가족이나 제3자에게 속은 경우, 또는 등기부등본·채무 명의 변경 등이 지연된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즉, 추완한정승인을 인정받으려면 실제 채무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료뿐 아니라, 상속인이 정당한 이유로 그 사실을 몰랐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부실 통보, 고인의 생전 사용했던 계좌나 대출 내역에 접근이 차단되었던 경우, 채무가 비공식적 계약(개인 간 차용증 등)으로 남아 있던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상속인이 정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그리고 채무 존재를 알게 된 정확한 시점이 언제였는지가 추완신고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법원은 ‘사망 후 무작정 1년이 지나도 된다’고 보지 않으며, ‘3개월 이내라는 원칙’의 예외를 엄격히 제한적으로 허용합니다. 그렇기에 추완한정승인을 고려할 때는 빠르게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증빙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실무상 매우 중요합니다.
‘모른 채 지나갔다’는 변명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합니다
소규모 상속이라 대충 마무리했더니 나중에 숨겨진 빚이 튀어나오는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냥 몰랐다'는 사유만으로는 법원이 추완한정승인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몰랐는지, 몰랄 수밖에 없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과 자료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고인이 생전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고, 가족 간 대화도 없었으며, 통상적인 조회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금융채무였다면, 그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문자, 이메일, 금융기관 통신기록, 상속인 간 대화 기록 등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한정승인을 생각 중이라면 알게 된 날부터 3개월 이내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채무를 발견한 날짜를 명확히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25년 5월 1일에 처음 채권추심서를 받았다면, 2025년 8월 1일 안에 추완한정승인 신청서를 관할 가정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를 넘기면 다시 기각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정승인 자체도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를 요구합니다. 신청서와 함께 상속재산 목록, 채무 목록, 고인의 재산조회 결과 등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심지어 법원에 따라서는 **공고 절차(한정승인 사실을 공시해 이해관계인에게 알리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이런 절차를 직접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법률구조공단이나 법무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빚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라는 오해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속채무는 상속인의 무관심이나 무대응으로 인해 더 큰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액 유산이라 방심했다가, 결국 본인의 신용에 영향이 가거나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속이 끝났다고 해도 뒤늦게 알게 된 채무가 있다면, 즉시 채권자의 서류를 보관하고, 접수 날짜를 메모하며, 가능한 한 빨리 법률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피해 최소화’의 시작점입니다.